세상속 이런 저런 이야기

[스크랩] [연애통신톡톡톡] 사랑과 돈의 상관관계

shopy7 2008. 12. 2. 21:45

 

 

일찍이 원빈은 말했다.
‘얼마야 얼마면 되니?’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는 지질시리도 많은 돈을 무기로 삼은 것이다. 물론 그건 송혜교쯤 되니까 가능한 제안이고. 또 역으로 원빈쯤 된다면, 거기다 돈까지 준다면 송혜교 빼고는 별로 마다할 여자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 살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사랑 혹은 마음을 주는 대가로 돈을 제안 받을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들의 사랑과 돈의 상관관계는 약간 구질스럽고 쪼잔 하다.

 

얼마 전 후배가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상담을 해 왔다. 빚이 2천만 원 이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놀랄 노 자였다. 2천만 원이라니.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평소 그 후배의 생활태도였다. 그녀는 그 또래들답지 않게 무척이나 알뜰해서 백화점에서 옷 한번 사 입은 적 없고 다들 형편이 되건 안 되건 하나씩은 갖고 있게 마련인 그 흔한 똥 가방 하나 없었다. 그런 그녀가 2천만 원이라는 빚을 졌다는 게 좀 의아했다. 내가 알기로 후배의 한 달 월급은 180만 원 정도인데 그 중에서 100만원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엄마에게 생활비로 주고 나머지 80만원에서 쪼개어 적은 액수나마 적금도 들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어쩌다가 2백만 원도 아닌 2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되었을까?

 

얘기인즉슨 이러했다. 장거리 연애를 하던 남자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백수가 되었고. 그런 상태로 한 1년 정도 만나다 보니 저렇게 빚을 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자친구가 직장을 다닐 때는 서로 한 번씩 오갔지만 백수가 되고 나니 그녀가 내려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주말이면 만나는데 차비며 여관비를 비롯한 모든 데이트 비용은 그녀 차지가 되었다. 거기다 돈이 없어 의기소침한 남자친구에게 알량하나마 용돈이라도 찔러주고 힘내라고 선물을 좀 해 주다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란다.

 

이건 따지고 보면 그녀의 잘못도 그의 잘못도 아니다. 그라고 백수가 되고 싶어서 되었겠는가. 지켜보는 사람도 그렇겠지만 아마 가장 답답한 사람은 본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지극히 현실적인 충고를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사랑도 좋고 다 좋지만 이런 식으로 만나면 파산하고 말거라고. 돈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다는 게 참 잔인한 일이긴 하지만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면 더 잔인한 일이 생길 거라고 말이다.

 

솔직히 남녀가 만나서 쓰는 돈을 냉정하게 계산을 해 본다면 아마도 남자 쪽이 조금 더 많을 것이다. 사회 분위기상 이 땅은 남자들에게 참 많은 특혜를 주는 동시에 그들에게 더 많은 의무나 책임을 가지는 걸 당연시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 후배의 스토리가, 실은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 남자들에게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남자의 경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런 일로 절대 여자에게 상담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여자들의 케이스만 수두룩하게 알고 있다. 그러니까 소위 사랑 좀 했을 뿐인데 지나고 나니 마음 주고 몸 주고 돈도 줬더라 하는 얘기들 말이다. 그리고 너무 현실적인 얘기지만 사랑이 끝나고 나면 마음 주고 몸 준 것보다 돈을 준 것이 훨씬 오랫동안 뒤통수를 후려친다. 더구나 있는 돈이 아닌 빚까지 내서 그랬다면 말이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저렇게 사랑 때문에 금전적 손해를 보는 여자들일수록 자기 자신에게는 인색할 정도로 돈을 쓰지 않던 여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녀들은 대체 왜 사랑을 하면 십 원짜리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던 사람이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 이백에서 몇 천 단위까지 기꺼이 사랑을 위해 쏟아 붓는 것일까?

사랑에 대해 내가 거의 철칙처럼 믿고 있는 원칙이 있다면 그건 딱 한가지 이다. 배고프면 사랑도 뭐도 없다는 것이다. 사랑은 분명 돈과 비교될 수 없는 고매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당장 내 배가 고프다면 그 놈의 얼어 죽을 사랑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허나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실제가 되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그 많은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들어간 돈 문제로 오늘날 머리를 싸매거나 내가 미쳤지 하며 빚을 갚고 있는 거겠지.

 

아주 오래 전 직장생활을 할 때 그 회사에서 경리 일을 맡아보던 여자는 아주 충격적인 얘기를 해주었다.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그가 점점 돈을 요구해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 모아서 줬는데 그마저도 모자라자 자길 사랑한다면 술집이라도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했었다고. 물론 그 말을 할 당시의 그녀는 이미 애진작에 정신을 차리고 정리를 한 후라서 진짜 제대로 나쁜 놈을 만났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그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술집에 나감으로써 증명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다. 그리고 그것은 예수가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이라고 꼽았을 정도로 숭고한 정신세계이다. 하지만 그 숭고한 정신세계에도 돈은 필요하다. 우리가 데이트라고 부르는 그 모든 것에 세상은 돈을 요구한다. 밥을 먹건 차를 마시건 영화를 보건. 아니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숙박시설을 이용하건 무조건 돈이 든다.

 

 

사랑은 끝나도 돈은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반드시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한다. 사랑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쓰는 것도 좋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한계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나는 솔직히 말해 빚을 질 정도나 술집에 나가서 웃음을 팔아야 할 정도의 사랑이 과연 얼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랑한다면 그런 것쯤은 할 수 있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희생을 요구하는 그 사람의 사랑은 대체 뭘까?

 

어쩌면 후배는 당장 그와 정리하지 못하고 얼마쯤의 빚을 더 진 다음 온통 머릿속에 빚을 갚을 궁리만 남아있을 정도가 되어서야 그와 헤어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사이에 그녀의 애인이 직장을 구해서 ‘그 동안 고생 많았어’ 하며 빚도 같이 갚아 나가고 앞으로의 데이트 비용은 늘 그러했듯 서로 조금씩 부담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해피엔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해피엔딩은 그다지 가까워 보이지가 않는다. 벌써 1년이나 구직활동에 실패를 했다면 제 2의 IMF가 오네 마네 하는 이 상황에서의 구직은 더 힘들었으면 힘들었지 덜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이제 후배에게 남은 일은 사랑과 돈을 별개가 아닌 같은 문제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도 돈보다는 사랑이라던가 사랑보다는 돈 이라고 명확하게 판단 내리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현실만큼이나 이상도 중요하고, 때로는 그 이상이 우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상이 현실의 목을 조른다면 그때는 과연 이상을 따라야 할까? 어려운 문제이다.

 

작성자:연애통신 칼럼니스트 블루버닝    

 

필자의 다른칼럼 보러가기

 


[연애통신 성물기행] 국립미술박물관 장승동산의 남근석과 여근석

[연애통신 블루버닝의 S다이어리] 위대한 개츠비보다 더 위대한 그녀 

[연애통신 여우열전] 남아프리카산 백인미녀 배우 샤를리즈 테론

[이색르포] 포르노? 예술? 남녀간 성희를 다룬 '춘화'

 

 

 

* 본 기사는 반짝반짝 연애통신(www.yonae.com)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반짝반짝 연애통신 다음지부
글쓴이 : 명랑통신원 원글보기
메모 :